오픽 거하게 말아먹고 IH받은 후기(4일 공부)
얼마 전, 오픽을 생애처음으로 봤는데 진짜 거하게 말아먹었다. 하지만 의문의 IH가 나왔다. 물론 AL이 나오면 참 좋았으련만 솔직히 그건 너무나도 양심없는 바람이기에 고이 넣어둔다. 오픽 시험을 보게 되면 은근 남들의 후기가 궁금해지기 때문에(어떤 문제들이 출제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남의 리뷰보러 오신 분들, 그리고 미래의 내가 다시보기 위해 남기는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되길 바라며 기억이 완전히 휘발되기 전에 써본다. (참고로 별거 아닌 글이지만 블로그 내에서만 봐주세요.)
우선 내 실력(?에 대해 대충 얘기하자면 토익은 800점대 중반, 토익스피킹은 6을 땄었다. 외국인과의 대화에 딱히 두려움은 없으나 일상수준 이상을 넘어가는 토픽에 대해 얘기할 땐 아무래도 많이 버벅거리고 막히는 부분이 있다. 무튼 그렇게 등록을 했고 오픽에 대한 정확한 개념이 없었기에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이거 찾는데만 꽤 오랜시간이 걸린 것 같다. 우선 오픽은 15개의 질문이 있는데 그냥 15개라고 보면 또 안되는 게 한 문제 당 질문을 3개정도 연달아 물어본다. 자기소개빼고 모든 문제가 일정 카테고리 안에서의 랜덤한 문제들로 출제되며 아예 예상 밖의 문제가 출제될 수도 있다. 모든 문제는 두 번씩 들을 수 있고 시험시간은 40분이다. 앞에 큰 스크린 화면으로 시간을 띄워주니 딱히 시계는 필요 없다. 앞서 말했듯 일정 카테고리 안에서의 랜덤문제이기에 대충 '어떤 문제들을 내주세요.' 하는 토픽(ex:공원가기, 카페가기, 국내/해외여행, 자전거타기 등)을 정하고 시험을 시작하게 된다. 물론 시험준비도 대부분 여기에 맞춰서 하기 때문에 오픽이라고 엄청 자유분방한 시험은 아니다. 다만 토익 스피킹과 다른 점(차이점)이 있다면 오픽은 이미 준비했던 질문이 나와도 세상 처음 듣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연기하면서 시작해야 하고 오히려 스크립트를 외운 티가 나면 감점, 토익 스피킹은 일상대화 식으로 like, um, you know 등 쓸데없는 미사여구 등을 붙이면 감점이기 때문에 답변 시간이 딱 다가오면 바로 로봇처럼 말해야 한다. 둘 다 감점이 되는 요인은 아무말도 없는 정적의 시간이다.
1번은 무조건 '자기소개' 파트이다. 이 부분은 채점에 들어가지 않으나 또 건너뛰진 말라고 한다. 너무 길게 할 필요도 없으며 인사와 이름, 나이, 누구와 사는지(혼자 혹은 가족 등), 취미는 무엇인지 등 간단한 정보를 나열하면 된다. 이 시험을 왜 보게 되었고 점수 잘 줬음 좋겠다, 혹은 나에 대한 건 이게 다야(I think that's all about me) 정도로 마무리 할 수 있다. 자기소개를 하는 이유는 입풀기용이라지만 개인적으로 뒤에 어떤 문제가 나왔을 때 '내가 앞에서(자기소개파트에서) 얘기했듯이-' 라는 문장으로 한 마디라도 더 할 수 있는 건수가 되어주기도 한다. 따라서 취미나 요즘 빠져있는 일 등 간단한 정보를 짧게나마 언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15번까지는 랜덤하게 문제가 나오는데 카페, 공원, 국내/해외여행 등 내가 앞서 선택한 문항들 안에서 나오기 때문에 많은 사람을이 이에 대한 예상 답변을 준비해간다. 하지만 한 주제 안에서도 나올 수 있는 문항이 다양하고 이에 대한 답을 전부 준비할 수는 없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면 한국말로라도 어떤 식으로 대답할 건지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오픽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 한국말로도 생각해본 적 없던 문제들이 많아(예를 들면 너네 나라/집은 재활용 어떻게 하니, 옛날에 단체배달 시켰던 기억 등) 한국말로 듣고 대답을 하려해도 말문이 막히는 것이었다. 따라서 중요한 팁이라면 진짜 경험을 말하는 것이 막힘없이 얘기할 수 있는 것에는 도움이 되나 정말 겪어보지 못한 일이나 생각지도 못한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만능 답변(예를 들어 쓰레기 버리러 갔을 때 기억에 남는 일 - 예전 동창/남친을 만났지 뭐야 우린 안좋게 헤어졌었는데 그이유는 어쩌고 저쩌고 등)을 만들어가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된다.
무튼 밍기적대다가 4일이 남은 시점에서야 공부를 시작했고 오픽노잼을 비롯한 유튜브 채널들로 공부했다. 따로 책을 사진 않았고 개인적으로 스크립트를 만들었는데 스크립트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절대 만들지 말라는 선생님들과 만들어도 좋다는 선생님들. 개인적으론 달달 외워가는 스크립트보다 대충 어떤 말을 할 지에 대한 스크립트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당황해서 백지가 되면 아무 생각도 안나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할 지 예상이라도 해 놓으면 아무말이라도 하게 되있으니까.
그치만 첫 시험이고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지 몰랐던 나는 결국 가장 많이 출제된다는 두 주제인 '공원'과 '카페가기'에 대해서만 준비해갔는데 결과는 놀랍게도 두 주제 모두 출제되지 않았다. 1번부터 핸드폰에서 좋아하는 앱은 뭐가 있는 지, 옛날 폰과 지금 폰을 비교해봐라, 배달음식 최근에 뭐 먹었냐 옛날에 단체배달 시킨 적이 있다면 어땠냐 등 별 이상한 돌발문제들을 받았고 정말 그 자리에서 지어냈다.(참고로 배달음식 안시켜먹는 편) 그러다보니 시작은 어찌어찌해도 마무리가 말 그대로 용두사미가 되는 경우가 많았고 지나고 나서 가장 후회되는 점이라면 솔직히 말할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롤플레이 부분 역시 어느 정도 틀을 숙지하고는 갔는데 '점원에게 설명을 다 듣고 주문을 해놓고 원하던 음식이 아니니 컴플레인을 걸어라'라는 문제가 출제된 것. 개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고 할말도 없어서 걍 땡깡부리다 얼버무린 것 같다. 최악인 건 시간도 부족해 문제에 대답을 다 못하고 나왔다는 점. 참고로 오픽 마지막 14,15 문제가 고난도 점수를 받느냐 마느냐를 판가름 하는 기준이 된다고 해서 꼭 답을 해야 한다고 들었던 터라 더욱 걱정이 되었다.
제목에 쓴 것처럼 IH가 나왔고 정말 의외였으나 내가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최대한 pause를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진짜 아무말을 해도 정적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고 에바(채점자, 말하는 대상)를 정말 친구라고 생각하고 얘기하라는 팁 역시 되뇌이며 일상 대화하듯이 얘기했다. 물론 다음에 또 시험을 보게 된다면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이 가장 큰 목표겠지만. 이상 후기는 여기서 끝!